‘뭐라도 하나 더’ 쌓아야 안심되던 내가, ‘하나씩 줄이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단순히 정리를 위한 시도였지만,
매일 물건 하나씩 버리기, 30일이 지난 후,
나는 공간보다 내 마음이 더 가벼워졌음을 알게 되었다.
이 도전은 단지 집을 깔끔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이기도 했다.
무언가를 버리는 행위는, 삶의 무게를 조금씩 덜어내는 과정이었다.
1. 도전을 시작한 이유 – 물건이 아니라 마음이 지쳐 있었다
1-1) 늘어난 물건만큼 쌓인 피로
어느 날 옷장을 열었는데, 입을 옷은 없고 ‘왜 이걸 아직 가지고 있지?’ 싶은 것만 가득했다. 필요해서 산 것도 있었지만, 습관처럼 채워온 것들도 많았다. 물건이 많다는 건, 그만큼 관리하고 생각해야 할 것도 많다는 뜻이다. 물리적인 무게보다도 정신적인 피로가 나를 짓눌렀다. 이젠 물건을 쌓는 게 아니라, 쌓인 것들을 덜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 단순한 삶에 대한 갈망
SNS나 미니멀리즘 관련 책에서 본 정갈한 공간은 그 자체로도 힐링이 되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 속에 담긴 ‘가볍고 자유로운 삶’이었다. 물건이 줄어들수록 나의 선택은 더 명확해졌고, 하루를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단순한 공간은 단순한 생각을 낳고, 그건 곧 삶의 선명함으로 이어졌다.
1-3) 미루지 않고 매일 하나씩
큰 정리를 하자니 막막했고, 한 번에 버리기엔 아까웠다. 그래서 매일 한 가지씩, 작게 시작하기로 했다. 어제보다는 오늘 조금 가볍게. 작은 물건 하나부터 시작하는 30일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이건 안 써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따라, 서랍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2. 30일 동안 버린 것들 – 작지만 의미 있는 기록들
2-1) 첫째 주 – 눈에 보이는 것부터
불필요한 전단지, 다 쓴 펜, 오래된 영수증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이걸 버려도 되나?” 하는 망설임도 있었지만, 막상 버리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사용하지 않는 머그잔과 오래된 양말도 정리했다. 정리 전에는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시야와 마음을 좁히고 있었던 것들이다. “언젠가 쓸지도 몰라”는 결국 한 번도 쓰지 않은 채 자리를 차지한 시간의 흔적이었다.
2-2) 둘째 주 – 옷장 정리의 시작
계절마다 꺼내기만 하고 한 번도 입지 않았던 옷들이 많았다. “언젠가는 입겠지” 했지만,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좋은 기억이 담긴 옷은 사진으로 남기고,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했다. 정리는 기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새로운 방식으로 보관하는 과정이라는 걸 배웠다. 옷을 정리하면서 과거의 나를 돌아보고, 지금의 나에게 어울리는 삶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2-3) 셋째 주 – 감정이 담긴 물건과 마주하다
편지, 기념품, 여행지에서 사온 장식품들. 버리기 어려운 물건들이었다. 하지만 물건이 감정을 대신해주지는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억은 물건보다 마음에 더 오래 남는다는 것도. 그 물건을 바라볼 때 느꼈던 따뜻함은, 이미 내 안에 남아 있다는 걸 믿기로 했다. 이 시점부터 ‘정리’는 단순한 행위가 아닌 감정과의 대화로 바뀌었다.
2-4) 넷째 주 – 디지털 정리까지 확장
핸드폰 사진첩 정리, 안 쓰는 앱 삭제, 구독 중인 이메일 뉴스레터 정리까지. 물리적인 물건뿐 아니라 디지털 공간도 삶을 무겁게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 특히 SNS 팔로우 목록을 정리하면서, 정보의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디지털도 결국 내 시간과 정신을 점유하는 ‘가상 공간’임을 실감했다. 정리는 곧 선택이고, 선택은 곧 삶의 방향이었다.
3. 30일 후의 변화 – 공간보다 내면의 정리
3-1) 물건이 줄자 결정이 쉬워졌다
가짓수가 줄어들자, 아침에 옷 고르기도, 필요한 물건 찾기도 쉬워졌다. 하루의 시작이 단순해지니 에너지가 아껴졌고, 그 여유는 더 중요한 일에 집중하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정 피로’가 줄어든 것이다. 선택지가 적으면, 고민이 줄고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진다.
3-2) 소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무언가를 새로 사기 전, 정말 필요한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지금 당장 필요한가?’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었다. 소비보다 경험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물건보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다. 쇼핑보다 산책, 물건보다 사람, 소비보다 창작. 그렇게 삶의 우선순위가 조금씩 바뀌었다.
3-3) 집이 아닌, 내가 가벼워졌다
정리는 물건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쌓여 있던 감정, 미뤄두던 생각까지 같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집은 그대로였지만, 내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공간이 정리되면, 생각이 정리되고, 생각이 정리되면 말과 행동이 정돈된다. 결국 정리는 ‘삶의 태도’를 바꾸는 훈련이었다.
마무리하며 – 매일 하나씩, 나를 덜어내는 연습
‘버린다’는 건 결코 단순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건 ‘무엇이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가’를 끊임없이 묻는 과정이었다.
30일 동안 매일 물건 하나를 버리는 이 도전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나를 이끌었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덜어내야 보인다.
무엇이 소중한지, 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는지를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멈추고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작은 도전을 꼭 추천하고 싶다.
버린 만큼 가벼워지고, 비워진 자리에 진짜 필요한 것이 들어올 테니까.
지금도 어디선가 “이건 정말 나에게 필요한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 질문이 곧 나를 만드는 질문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