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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카메라로 한 달 사진 기록기 — 필름 속에 담긴 진짜 하루

by combi 2025. 5. 27.

“왜 굳이 불편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쓰냐고요?”
디지털로 빠르게 찍고, 고르고, 지울 수 있는 시대. 그 속에서 나는 한 달간 아날로그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일상을 기록해보기로 했습니다. ‘느림의 미학’을 몸소 체험하고 싶었거든요.
이 글은 한 달 동안 아날로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경험한 감정들, 그리고 그 속에서 깨달은 소중한 것들을 담고 있습니다. 필름을 기다리며 생긴 설렘부터, 실패한 컷마저 사랑스러워지는 과정까지. 혹시 당신도 카메라를 손에 쥐고 싶어질지도 몰라요.

 

아날로그 카메라로 한 달 사진 기록기

 

1. 왜 다시 아날로그인가? — 불편함 속의 진짜 기록

1-1) 디지털 세대, 필름을 들다

나는 평소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정말 자주 찍는다. 여행 중엔 500장도 찍고, 음식 앞에서도 한 컷은 기본.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내가 왜 찍는지도 모른 채 ‘기록’보다는 ‘소비’를 위해 사진을 찍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어느 날, 중고 마켓에서 ‘캐논 AE-1’이라는 필름 카메라를 샀다. 자동 기능이 거의 없는 완전 수동식. 셔터 속도, 조리개, 초점까지 전부 내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 처음엔 솔직히 무섭고 번거로웠다. 하지만 그 아날로그 특유의 기계적인 셔터음은 금세 나를 빠져들게 만들었다.

1-2) ‘한 컷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필름 한 통에 36컷. 그 안에서 최대한 아껴야 한다. 실수로 셔터를 눌러버리면 그냥 버려지는 한 장.
그러다 보니, 하나의 장면을 찍기 위해 훨씬 더 고민하게 된다. “지금 이 빛이 괜찮은가?”, “표정이 자연스러울까?”, “이 순간을 정말 남기고 싶은가?”
한 장을 찍기 위해 몇 분을 기다리기도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선택된 순간’이 된다. 이건 디지털 사진과는 확실히 다른 감정이었다.


2. 한 달간의 아날로그 여행기

2-1) 첫 롤, 첫 실패

첫 롤을 현상소에 맡겼을 때, 가슴이 두근거렸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초점은 나갔고, 노출은 부족했고, 어떤 사진은 완전히 까맣게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 몇 장은 의외의 매력을 갖고 있었다. 흐릿한 고양이 실루엣, 과하게 노출된 하늘, 그리고 의도치 않게 생긴 빛 번짐.
완벽하진 않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날 느꼈던 감정들이 오히려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2-2) 두 번째 롤부터 느껴진 감각

조금씩 손에 익었다. 빛의 방향을 보는 법, 거리감을 계산하는 습관, 그리고 내가 찍고 싶은 장면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특히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 — 아침에 내리는 햇살, 커피잔 옆에 놓인 책, 반려견의 하품 — 이게 이렇게 소중했나 싶을 정도로 예쁘게 담겼다.
그 사진들은 꼭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기보다, 나를 위해 남겨두고 싶은 기록들이었다.


3. 아날로그 사진이 내게 준 것들

3-1) 기다림의 미학

현상소에서 사진을 찾기까지는 평균 3~5일이 걸렸다. 그 기다림이 너무 길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시간은 마치 선물을 기다리는 느낌이었다.
사진을 열어볼 때의 설렘, 생각보다 잘 나온 컷에 혼자 감탄하던 순간.
기다리는 동안 ‘이 장면은 어떻게 나왔을까’를 상상하며 되새기는 일상이, 나의 하루를 더 풍요롭게 만들었다.

3-2) 실패도 기록이다

디지털 사진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지운다. 하지만 필름은 다르다. 실패한 사진도 함께 출력되고, 그 속에 담긴 ‘실수’는 오히려 따뜻하다.
흔들린 사진, 삐뚤어진 프레임, 노출 과다.
그 순간 나는 실망하지 않고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 사진들을 통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의 하루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3-3) ‘기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사진은 이제 단순한 SNS 콘텐츠가 아니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단이 되었다.
한 장면을 담기 위해 집중하고, 되돌아보며 느끼는 감정들.
그 과정을 통해 나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순간을 소중히 여기는지 더 잘 알게 되었다.
아날로그 사진은 나에게 기록의 본질을 되묻게 해줬다.


✨ 마무리하며 — 당신도 한 달 도전, 해보지 않을래요?

한 달 동안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해보면서, 나는 ‘사진’이라는 도구가 다시금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무조건 예쁘게 찍는 것보다, ‘왜 찍는가’를 고민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고요.
혹시 당신도 요즘 사진이 지루하거나, 감성이 메말라간다고 느낀다면 — 꼭 한 번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를 들어보세요.
불편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는 경험이 분명 당신을 변화시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