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링북으로 마음 다스리기를 시작하게 된 건 무기력한 하루의 끝자락에서였다. 머릿속은 복잡하고, 몸은 지쳐 있는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우연히 손에 쥔 색연필과 도화지가 마음을 움직였다. 어린 시절 이후 처음 잡아보는 색연필이었지만, 이상하게도 몇 분 만에 정신이 또렷해졌고,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번 글에서는 컬러링북 입문 후기와 함께, 왜 이 단순한 활동이 많은 이들의 정신 건강 루틴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직접 느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컬러링북, 왜 어른들에게 필요한가?
1-1) 단순함이 주는 위로
요즘 우리는 너무 복잡하게 살고 있다. 일도 인간관계도, SNS 피드 하나까지도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 그런 피로감 속에서 컬러링북은 ‘그림을 예쁘게 칠하라’는 목표조차 강요하지 않는다. 단지 빈 공간에 색을 채우는 단순한 행동이 전부다. 이 단순함 속에 마음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숨어 있다. 생각을 덜어내고 손끝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머릿속이 정리된다.
1-2) 마음챙김(Mindfulness)과 컬러링
컬러링북은 ‘마음챙김’ 훈련으로도 자주 소개된다. 현재의 감각에 집중하는 이 명상법은 정신과 치료나 스트레스 관리에 자주 활용되는데, 색칠하기는 그 대표적인 도구 중 하나다. 색을 고르고 선 안을 조심스럽게 채우는 동안, 우리는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게 된다. 멍하니 핸드폰을 넘기는 것과는 전혀 다른 감각의 몰입이 찾아온다.
1-3) 완성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
중요한 건 ‘예쁘게’가 아니다. ‘끝까지’도 아니다. 중간에 멈춰도, 색이 번져도, 선을 삐져나가도 괜찮다. 그런 허용이 주는 자유는, 자꾸 뭔가를 잘해야만 했던 우리에게 큰 위로가 된다. 실제로 컬러링북을 꾸준히 사용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 수치가 낮아지고, 자기효능감이 높아졌다는 연구도 있다.
2. 컬러링북 입문기: 직접 써본 솔직 후기
2-1) 준비물부터 선택까지
시작은 아주 소박했다. 동네 서점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컬러링북’이라는 제목의 책과 12색 색연필 세트를 샀다. 예쁜 그림이 많아 뭘 골라야 할지 고민하다가, 가장 단순한 꽃 그림부터 도전했다. 색연필을 잡아본 게 얼마 만인지 기억도 나지 않았지만, 손은 금방 익숙해졌다.
색을 고르는 재미도 있었다. 노란 꽃잎에 연두색 줄기, 배경은 연보라. 어린 시절 색칠공부하던 기억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당시엔 그저 장난처럼 했지만, 지금은 그 순간이 소중하게 다가왔다.
2-2) 몰입의 힘을 느끼다
색칠을 시작하고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주변 소음이 사라지고 시간 감각이 흐려졌다. 집중한 만큼 마음이 고요해졌다. ‘명상’이라는 말을 굳이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저 색을 입히는 동작만으로도 마음 한켠이 정돈되는 느낌이었다.
이후 하루에 10분, 잠들기 전 또는 커피 마시는 시간에 짧게나마 색칠을 하게 되었다. 완성하지 않아도 괜찮고, 다른 사람이 볼 일도 없으니 부담도 없었다. 오히려 그 ‘나만의 시간’이 큰 치유로 다가왔다.
2-3) 컬러링북이 달라지니 기분도 바뀐다
처음엔 단순한 꽃이나 나뭇잎 그림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풍경화, 동화 속 장면, 명화 리메이크 버전 등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해봤다. 복잡한 패턴일수록 집중도가 올라갔다. 작업을 마친 뒤에는 ‘이걸 내가 했다고?’ 싶은 자부심도 생겼다. 손끝의 성취감이 쌓이면서 작은 자신감도 따라왔다. 글쓰기와 함께 컬러링도 루틴으로 정착했고, ‘오늘은 어떤 색으로 나를 표현할까’라는 질문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3. 컬러링북을 즐기기 위한 현실 팁
3-1) 정답은 없다, 색도 자유다
처음엔 ‘이건 파란색이 맞나?’ 하고 망설였지만, 곧 깨달았다. 정해진 색은 없다. 꽃이 하늘색이어도 되고, 나무가 분홍이어도 된다. 컬러링북의 진짜 매력은 이 자유로움에 있다. 자꾸 ‘맞는 걸 찾아야’ 했던 삶에서 벗어나고, ‘내가 좋아서’ 선택하는 경험은 성인이 되어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3-2) 고급 도구보다 꾸준함이 먼저
비싼 마카나 고급 색연필, 전용 스케치북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처음엔 12색 색연필 하나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꾸준히 색을 입히며 느끼는 감정이다. 오히려 값비싼 도구는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손쉬운 준비물로 시작해보는 걸 추천한다.
3-3) SNS 대신 현실 감정에 집중하기
컬러링북을 하다 보면 예쁘게 색칠한 그림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작품 수준’의 그림을 보고 위축될 필요는 없다. 컬러링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가 핵심이다. 나를 위로하는 시간에 타인의 시선이 끼어들면 본래 목적을 잃기 쉽다. 이 활동은 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마무리
컬러링북으로 마음 다스리기는 단지 색을 입히는 소소한 행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큰 의미가 숨어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단순한 색칠은 마음을 정돈하고 감정을 정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글쓰기와 명상이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도 컬러링북은 쉽게 시작할 수 있다.
나를 위해 10분을 쓰는 이 작은 습관이, 어쩌면 하루 전체의 흐름을 바꾸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되어줄 것이다. 바쁜 삶 속에서도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면, 오늘부터 컬러링북 한 장에 색을 입혀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