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전혀 관심 없던 내가, 우연히 한 장의 포스터를 보고 멈춰 섰다. 멋진 색감도 아니고, 사진도 없었다.
오직 글자뿐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렬한 인상이 남았다.
그게 바로 타이포그래피 아트의 매력이었다.
"폰트 하나가 이렇게 감정을 담을 수 있구나…" 하는 순간, 나는 타이포그래피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글자가 단순한 정보 전달 수단이 아니라 감각적인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가는 30일 도전기, 지금부터 공유하겠다.
1. 왜 타이포그래피였을까?
1-1)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끌리는 무언가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명조와 고딕의 차이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상하게, 폰트만 다르게 해도 문장의 분위기가 확 바뀌는 게 재밌었다. “나도 이걸 배워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고, 도전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1-2) 손으로 써보는 폰트의 맛
처음엔 디지털 툴로만 연습했지만, 곧 공책과 펜을 꺼내 손글씨로 따라 써보는 재미에 빠졌다. 곡선 하나, 자간 한 칸, 굵기 하나에도 감정이 실리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글자를 ‘그리는’ 기분이 들었다. 디자인 감각이 없어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느끼는 것’이었다.
2. 도전의 과정 – 하루 한 장 타이포 연습
2-1) 첫 1주 – 따라 하기만 해도 어려워!
처음엔 유명한 타이포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캡처해서 그대로 따라 그려봤다. 똑같이 그리는데도 느낌이 다르다. 자간이 조금만 틀어져도 어색하고, 굵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전체 균형이 무너진다. ‘폰트는 수학이다’라는 말이 이해가 됐다. 감각만으론 안 되고, 기준과 계산이 있어야 했다.
2-2) 2주 차 – 나만의 문장, 나만의 감성
두 번째 주부터는 내 문장을 직접 골라 폰트를 입혀보기로 했다.
예: “오늘 하루도 잘 견뎠다” → 둥글고 따뜻한 손글씨체
“마감은 내일이다” → 굵고 강한 고딕체
이렇게 감정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폰트를 고르고 배치하는 작업이 점점 재밌어졌다. 마치 글자에 내 감정을 입히는 느낌이었다.
2-3) 3~4주 차 – 디지털 툴과의 친해지기
슬슬 디지털 작업도 병행했다. Figma, Canva, Photoshop 등 기본적인 디자인 툴에서 텍스트를 다루는 기능을 익혔다. 커널 조정, 자간 조절, 줄 간격 맞추기 등을 해보니 폰트 하나하나가 가진 특성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리고 드디어, 타이포그래피 포스터 하나를 처음으로 완성! 내 방 한켠에 걸어두었더니, 작은 전시회가 된 기분이었다.
또한 타이포그래피의 세계는 생각보다 깊고 넓었다. 역사적으로 어떤 폰트가 왜 등장했는지, 시대에 따라 글자 모양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공부하며, 마치 디자인과 인문학이 만나는 지점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어떤 글자는 그 시대의 정신을 대변했고, 어떤 폰트는 저항의 상징이었다. 글자가 단순히 정보 전달을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기록임을 깨닫게 되었다.
3. 타이포그래피가 준 선물
3-1) 표현력이 풍부해졌다
말로 하자니 오그라들고, 글로 쓰자니 밋밋한 감정을 ‘글자 디자인’으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 ‘분위기 있는 말 한마디’를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면 훨씬 더 감각적이고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감정을 시각화하는 힘, 그게 타이포그래피였다.
3-2) 관찰력이 생겼다
길을 걷다 보면 간판, 광고지, 메뉴판, 버스 정류장 안내판… 모든 글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건 너무 자간이 좁은데?", "이 문장은 왜 이렇게 답답하지?" 같은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냥 지나치던 글자 하나에도 디자이너의 의도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됐다.
3-3)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자신감
블로그 썸네일, 인스타 스토리, 유튜브 자막, 발표용 슬라이드… 일상 속 텍스트 디자인이 필요한 순간은 너무 많다. 이제는 남의 템플릿을 복붙하는 대신, 직접 손봐서 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디자인은 여전히 어렵지만, 두렵지는 않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나만의 스타일’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내가 선호하는 글자 형태, 정렬 방식, 자간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고, 나만의 시그니처가 생긴 듯한 기분이었다. 이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감각을 끌어낸 여정이었다.
마무리: 글자를 다시 보게 되는 마법
타이포그래피 도전은 단순히 예쁜 폰트를 따라 해보는 게 아니었다.
‘글자’라는 익숙한 존재를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만들어줬다.
기억에 남는 문장을 더 기억에 남게 하고, 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시간.
혹시 지금 감각적인 취미를 찾고 있다면, 하루 한 장씩 타이포 아트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
폰트는 폼이 아니야. 때로는 가장 간결한 예술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어느 순간, 여러분도 글자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