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손글씨 쓸 일이 거의 없다.
채팅, 메일, 댓글, DM… 우리의 말들은 빠르게 쌓이고 사라진다.
그러다 우연히 서랍 속 오래된 그림엽서를 발견했다.
아주 짧은 문장인데, 이상하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감정, 하루에 한 번 느껴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하루 한 장 그림엽서 쓰기 도전.
아날로그 감성에 마음을 담은 30일간의 기록을 공유해본다.
1. 왜 엽서였을까?
1-1) 짧지만 진심을 담기에 딱 좋은 크기
엽서는 A4보다 훨씬 작다.
많은 말을 쓸 수 없기에, 더 골라서 써야 한다.
바로 그게 마음에 들었다.
짧은 문장 하나에 오늘의 감정, 생각, 기억을 꾹 눌러 담는 일.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한 조각의 마음.
때로는 한 문장이, 그날 하루의 가장 선명한 기록이 되었다.
1-2) 디지털보다 오래 남는 손글씨
손글씨로 쓴 문장은 느리다.
그래서 더 정성스럽고,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하루를 돌아보며 천천히 써 내려간 글씨는
자판보다 훨씬 진심이 묻어나는 느낌이었다.
자꾸 사라지는 디지털 메시지들과 달리,
엽서는 내 손끝에서 태어나 눈앞에 머무는 감정이 됐다.
1-3) 하루의 감정을 정리하는 루틴
엽서를 쓰는 시간은 하루를 돌아보는 작은 의식 같았다.
무엇을 쓸까 고민하면서 오늘 있었던 일, 기분, 생각을 한 번 더 정리하게 됐다.
그게 아주 사소하지만 나를 들여다보는 방식이 됐다.
더 놀라운 건, 하루에 단 몇 줄을 쓰면서도
삶이 더 가볍고 선명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2. 실험은 이렇게 해봤다
2-1) 매일 다른 그림엽서 준비
처음엔 30장짜리 그림엽서 세트를 샀다.
풍경, 추상화, 동물, 명화 등 다양한 이미지가 섞여 있는 엽서.
그날 기분이나 날씨에 맞춰 한 장을 골랐다.
이미지와 글이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 좋았다.
때로는 엽서의 그림이 오늘의 주제를 정해주기도 했다.
2-2) 글의 대상은 자유롭게
엽서를 누구에게 쓸지는 정해두지 않았다.
어떤 날은 친구에게,
어떤 날은 과거의 나에게,
또 어떤 날은 미래의 나에게.
심지어 어떤 날은 엽서 그 자체에 이야기하듯 썼다.
“오늘은 네 그림이 내 마음이랑 꼭 닮았어. 그래서 너를 골랐어.”
그렇게 하루의 이야기를 글로 되짚는 시간이 만들어졌다.
2-3) 엽서 보관 or 발송하기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날엔 실제로 우체국에서 부쳤다.
받는 사람은 깜짝 놀라고, 나도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나머지는 박스에 차곡차곡 모았다.
한 장 한 장이 작은 감정의 기록지 같아서,
한 달이 지난 후 다시 펼쳐보니,
마치 짧은 일기장처럼 나를 반겨주었다.
3. 엽서 한 장이 바꾼 작은 변화들
3-1) 말과 마음을 다듬는 습관
글자 수가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말을 쓸까’**를 고민하게 됐다.
그 덕분에 생각을 정리하는 힘도 커졌고,
무심코 하던 말이나 표현을 돌아보게 됐다.
엽서를 쓸수록 내 말에 더 신중해지고,
타인을 대하는 태도도 부드러워졌던 것 같다.
3-2) 일상의 장면을 더 예민하게 감지하게 됐다
엽서를 쓰기 위해 하루를 돌아보다 보니
작은 장면들에도 더 민감해졌다.
카페에서 들은 말 한마디, 버스 창밖의 노을, 공원의 바람 냄새…
그 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루를 더 유심히 바라보게 됐다.
매일 글을 쓴다는 건, 결국 매일 삶을 더 주의 깊게 산다는 것이었다.
3-3) 누군가를 ‘떠올리는’ 시간이 생겼다
엽서를 쓴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떠올리는 일이다.
지금은 멀어진 친구, 가족, 오래전 스승,
그리고 예전의 나 자신까지.
그리움과 고마움을 꺼내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그게 나를 더 따뜻한 사람으로 바꿔주었다.
4. 이런 사람에게 추천해요
- 글쓰기 루틴을 만들고 싶은 사람
- 디지털 감정 소비에 지친 사람
- 감정을 조용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
-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
하루 한 장이면 충분하다.
엽서는 작지만, 거기에 담긴 마음은 결코 작지 않다.
글을 잘 쓰지 않아도 괜찮다.
그림을 보고 떠오른 느낌, 오늘의 기분 한 줄이면 충분하니까.
글씨보다 진심이 먼저 닿는 도구가 바로 엽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무리: 글보다 마음을 보내는 연습
엽서를 쓰면서 배운 건,
마음을 표현하는 데는 거창한 문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
하루 한 장, 짧은 문장이 쌓이며
그건 나만의 기록이 되었고,
어떤 날은 누군가의 따뜻한 순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소중했던 건,
그 하루에 누군가를 위해 잠시 멈췄던 시간이었다.
당장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그 조용한 감정들은 내 일상을 더 촘촘히 채워주었다.
엽서는 결국 나에게 보내는 마음의 쪽지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나는, 그걸 소중히 간직할 줄 알게 되었다.